오랜만이야 인간영역

잠시 전복되었던 적이 있었어.


일단 망가진 곳은 없는 거 같았는데, 사고차 등록은 피할 수 없을테니 중고가도 많이 깎였을 거라 생각해. 


가까스로 크레인을 불러 도로에 서긴 했는데, 같이 달리던 차들은 이미 저 멀리 멀어지고 말았더라고.




망하진 않았는데, 더는 정상에서는 움직일 수 없는 몸이 되었어.


죽을 생각은 없어. 그런데 살고 싶은 생각도 딱히 없더라.


이럴 때 좋은 건 소모야. 


그냥 더 이상 채워지지 않는 통장을 더더욱 빨리 비워가며 나에게 주어진 사회적 자살을 마음껏 누릴 기회가 생겼어.


그런 현재에서 멈춰서, 고생한 녀석 배 좀 불리겠다고 기름이나 넘치게 쏟아붓는데, 정작 시동을 켜지 않고 있더라.


과거는 잊어야 하고 미래는 막막한데, 현재가 편한 것도 아냐. 


그런다고 아무것도 없는 도로에서 평생을 살 수 없는것도 알아.


그래서 잠깐 웅크렸어. 


그래서 이러고 있는 거야.


그런 눈으로 그만 쳐다봐 줬으면 좋겠어. 


길을 막을 생각도, 행패 부릴 생각도 없으니까, 네 눈 앞의 밑받침을 어여삐 여겨 그냥 가 줘.


못 알아들었어?


살려달라고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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